매거진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vogue · 2026년 7월 2일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힙색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대도시 바깥의 풍경에서 힙색은 지난 세월 내내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Gucci 2026 F/W RTW

2000년대 초반에는 달랐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도시 남자들도 모두 힙색을 매고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대놓고 로고를 드러낸 디자인은 아니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절제된 디자인이 다수였죠. 현재의 ‘조용한 럭셔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후 힙색은 트렌드와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주 ‘특정’한 도시적 미학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죠. 전통적인 대도시가 아니라 도시 외곽에서 자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도심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가방이 된 거예요. 실용적인 힙색은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힙색은 애초에 ‘트렌드’와 상관없는 무언가였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언어에 가까웠죠. 옷을 입는 방식이자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 즉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밀라노의 ‘마란차(Maranza)’일 겁니다. 이탈리아 속어로,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동시에 스트리트 패션을 즐기는 노동 계층의 젊은 남성들을 가리키는 말이죠. 영국의 ‘차브(Chav)’와 결이 비슷해요.

Getty Images

브랜드 로고가 잔뜩 그려진 힙색은 마란차들의 가방이었습니다. 럭셔리에 대한 욕망과 거리 문화 사이, 절묘한 균형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죠. 검은색 ‘추리닝’과 명품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것이 암묵적인 공식이었고요. 진품이든 아니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의미는 똑같았으니까요. 강렬한 로고 플레이는 소속감을 보여주는 하나의 메시지였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공동체의 코드였던 셈이죠.

런웨이는 긴 시간 그들의 스타일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한동안 힙색이 ‘트렌디’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2026년 패션 하우스가 다시 그들의 미학에서 영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죠.

Gucci 2026 F/W RTW

Gucci 2026 F/W RTW

Gucci 2026 F/W RTW

Gucci 2026 F/W RTW

뎀나의 첫 구찌 컬렉션에 힙색이 올랐을 때 저는 그닥 놀라지 않았습니다. 로우 라이즈 팬츠와 반짝이는 장식, 현대의 여성과 남성을 묘사하는 수많은 스테레오타입이 행진하는 가운데 힙색이 등장했죠. 가슴 위쪽으로 높이 착용한 모습은 사선으로 메는 힙색처럼 보였고, 슬링 백을 더 개념적으로 재해석한 버전 같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구찌의 상징적인 GG 모노그램으로 가득 덮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란차들의 힙색이 떠올랐죠.

사실 구찌와 루이 비통의 힙색은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동경의 대상이자, 언젠가 손에 넣어야 할 물건이었으며,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아이템이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힙색은 늘 럭셔리 패션과 소통했는지도 모릅니다.

힙색의 귀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자리가 밀라노 남성 패션 위크라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고요. 힙색은 아름다운 장식물이기 전에,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아이템이니까요. 아주 실용적으로 물건을 담는 동시에, 그것을 착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역할도 하잖아요.

Prada 2027 S/S Menswear

Prada 2027 S/S Menswear

Prada 2027 S/S Menswear

Prada 2027 S/S Menswear

프라다는 언제나처럼 예상 밖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형태만 남긴 힙색을 선보였거든요. 어깨끈이나 크로스 보디 실루엣 없이, 벨트에 거는 맥시 참(Maxi Charm)의 모습이었죠. 청바지나 카고 팬츠에 매달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2022년부터 일상 속에서 부상하는 유틸리티(Utility) 미학과 맞닿은 듯했죠. 실용성을 향한 우리의 끊임없는 욕구를 다시 한번 자극한 거예요.

여기에 힙색의 진짜 힘이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소한의 형태로 축소했지만, 시그니처인 나일론 소재 덕분에 누구나 이 가방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알아볼 수 있거든요. 그렇게 프라다의 힙색은 본래의 가장 순수한 정체성을 되찾는 겁니다. 영리하면서도 어딘가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주며, 착용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액세서리로서 말이죠. 스마트폰과 에어팟, 몇 가지 소지품을 담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주머니 역할도 하고요.

패션은 언제나 ‘귀환’을 얘기하길 즐깁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 것일 테고요. 하지만 어떤 아이템은 애초에 떠난 적이 없습니다. 런웨이에서 멀어졌을 뿐, 실제로 한순간도 사라진 적이 없었죠. 힙색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합니다. 세상이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거리에서는 계속 사용되던 아이템. 오늘날 런웨이가 이 가방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방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한결같은 모습으로요.

구찌GG 웹 미니백

구매하러 가기

구찌구찌 태그 스몰 크로스바디 백

구매하러 가기

프라다리나일론 스마트폰 케이스

구매하러 가기

루이 비통2006 모노그램 포쉐트 보스포어 크로스 백

빈티지 제품

구매하러 가기

보테가 베네타디아고 벨트 백

구매하러 가기

폴렌느네유

구매하러 가기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2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3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4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5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6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7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8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9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0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1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2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3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4
구찌부터 프라다까지, 촌스럽던 ‘이 가방’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15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