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데님 자리를 넘보는 버뮤다 팬츠의 시대
주머니 많은 바지 앞에서 데님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카고 버뮤다 팬츠를 우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죠. 주머니 잔뜩 달린 실용성 하나로 밀어붙이는 유틸리티, 스트리트의 상징이었으니까요. 그랬던 버뮤다가 이젠 데님 쇼츠만큼이나 시대를 타지 않는 아이템으로 서서히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봄, 여름부터 시작된 버뮤다 열풍이 가을, 겨울 런웨이까지 이어지며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고요.
@amaliestar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펜디입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처음 선보인 컬렉션에서 크림 톤 카고 버뮤다가 등장했는데요. 크롭트 재킷에 힐 샌들을 함께 매치하면서 원래의 스트리트 느낌을 거의 지워버린 모습이었어요. 유틸리티 룩을 럭셔리 실루엣으로 옮겨 놓은 거죠. JW 앤더슨도 같은 맥락에서 봄버 재킷에 비타민 컬러 샌들을 곁들였는데, 결국 두 하우스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실용성으로 태어난 옷이 얼마나 우아해질 수 있는가?’ 하고 말이죠.
Fendi 2026 F/W RTW
JW Anderson 2026 Resort
셀럽들 사이에서는 답이 나온 모양새입니다. 디올 2026 가을/겨울 쇼 맨 앞줄에선 가수 미키와 모델 모나 투가드가 나란히 조나단 앤더슨의 예전 컬렉션 속 카고 버뮤다를 입고 있었죠. 우연이라기엔 너무 정확한 타이밍이에요.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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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고 버뮤다는 스니커즈와 매치하면 다시 스케이트 웨어 쪽으로 방향을 틀어요. 원래 남성복을 위해 설계된 아이템이라는 걸 되짚어본다면, 요즘 여성들이 이 옷에 보이는 반응은 꽤 의미심장하죠. 나른함과 섹시함 사이의 톰보이 무드를 옷장에 들여오고 싶어 하는 거니까요. 조나단 앤더슨은 이 욕망을 미리 감지한 듯 디올 2026 봄/여름 쇼에서 아예 재킷과 스커트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이템까지 선보였죠. 남성복의 문법을 여성복의 언어로 완전히 번역해 낸 거예요.
Dior 2026 S/S Menswear
Dior 2026 S/S RTW
낮엔 스니커즈와 밤엔 힐과. 결국 어떤 신발을 신고, 어떻게 스타일링 하든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그토록 놓지 못했던 데님 쇼츠 자리가 이젠 카고 버뮤다가 대신하게 될 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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