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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 학교’에서 배운 것
vogue · 2026년 7월 7일

내가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 학교’에서 배운 것

에디터로 일하다 보면 말 그대로 ‘억’ 소리 나는 주얼리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직장에 다녔다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럭셔리의 꼭짓점에 위치한 하이 주얼리를 감상하고 때로는 착용까지(!) 해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이 직업만의 특권이죠.

하지만 5년 차 에디터인 저에게 주얼리란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습니다. 유리 진열장 너머 온갖 진귀한 원석을 활용해 만든 주얼리를 보며 경탄한 적은 여러 번이지만 딱 거기까지가 끝이었죠. 그 후 제 생각의 흐름은 늘 같았습니다. ‘이런 건 도대체 가격이 얼마고, 또 이걸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해 ‘이 주얼리가 우리 독자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으로 끝났죠.

레꼴 주얼리 스쿨이 발행한 주얼리 관련 서적으로 가득한 푸투라서울 1층.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여름 같지 않게 날이 선선했던 지난 주말, 레꼴 주얼리 스쿨(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을 취재하러 갈 때도 제 마음가짐은 비슷했습니다. “일인데 어떡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를 되뇌며 레꼴 주얼리 스쿨이 있는 푸투라서울로 향했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편견이 깨지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주얼리란 극소수의 상류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일종의 고급스러운 취미라는 오랜 편견 말이죠.

레꼴 주얼리 스쿨은 반클리프 아펠의 지원을 받아 2012년 설립된 주얼리 관련 교육기관입니다. 파리, 홍콩, 상하이와 두바이에 상설 캠퍼스를 두고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누비며 1~3주에 걸친 순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죠. 레꼴 주얼리 스쿨의 리즈 맥도널드(Lise Macdonald) 회장은 이 기관의 목적이 “주얼리 문화를 소개하고, 주얼리의 역사와 노하우를 전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레꼴 주얼리 스쿨은 그녀의 말처럼 보석에 익숙지 않은 사람부터 보석을 수집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주얼리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다양한 강의와 전시, 토크 세션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에메랄드 정원’ 전시 전경.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푸투라서울에 발을 들이자, 주얼리에 관한 온갖 서적과 ‘오늘의 수업’이라고 적힌 스크린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주얼리 행사장에서 으레 재생되는 ‘고급스러운’ 클래식 대신 수업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죠. 반클리프 아펠이 100년 넘게 축적해온 보석학 관련 지식이 담긴 서적을 뒤로하고 <에메랄드 정원> 전시장에 들어가자, 조금 생소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우리 하우스가 얼마나 크고 화려한 주얼리를 만들어냈는지 봐라’ 하는 식의 태도는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에메랄드 형성 과정과 에메랄드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전시는 ‘과시용’이라기보다는 ‘교육용’처럼 느껴졌습니다. 주얼리 전시를 볼 때마다 들던 부정적인 생각도 온데간데없었죠. 원석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주얼리가 단순히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주얼리를 둘러싼 화려한 빛을 전부 걷어내자, 그것이 사실은 수많은 광부, 감정사와 세공사의 손을 거쳐 탄생한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자 생태계라는 사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죠.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전시장을 빠져나오자 어느새 오전 11시 정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작’을 알리는 맑은 종소리가 레꼴 주얼리 스쿨을 가득 채웠죠. 새하얀 랩 코트를 입은 주얼리 전문가가 일사불란하게 아이들과 어른들을 강의실로 안내했습니다. 이날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주얼러 기법 체험’이었는데요. 세공이 쉽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백랍으로 하이 주얼리 모형을 제작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수년간 주얼리 업계에서 일해왔다고 밝힌 강사들은 모형 제작 과정이 주얼리 메이킹에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하이 주얼리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 인력과 비용을 가늠할 뿐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구현하기 힘든 디자인 요소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를 비롯해 수강생 여덟 명에게는 각자 나비 모양 스티커가 붙은 백랍 한 덩어리와 작업대가 주어졌습니다. 수강생들의 ‘미션’은 2시간 내로 주얼리 제작 장인처럼 실톱으로 백랍을 자른 뒤, 땜질과 폴리싱, 라인스톤 세팅까지 마치는 것이었죠. 그날 제가 만든 나비는 날개 끝이 조금 심하게 휘어 있었고, 시간이 부족해 라인스톤도 끝까지 세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손이 저릴 만큼 톱질을 반복하며 누군가의 땀과 시간, 셀 수 없는 시행착오가 켜켜이 쌓여 완성된 것이 주얼리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으니까요.

전시장에서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켈트족 목걸이 복제품을 감상하고, 제작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몽땅 토르크의 켈트족 토르크 복제품 전시부터 한국의 장식품 문화에 대한 토크 세션, 젬스톤을 감별하는 클래스와 어린이를 위한 주얼리 워크숍까지. 레꼴 주얼리 스쿨에는 몇 주 전의 저처럼 ‘보석이란 그저 비싸고 화려한 것’이라고만 여기던 사람은 물론 반지 하나조차 갖고 있지 않은 주얼리 문외한까지 누구나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방대한 주얼리의 세계로 빠져드는 첫걸음, 레꼴 주얼리 스쿨은 푸투라서울에서 7월 15일까지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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