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뉴욕입니다.
@hulkenbag
버킨 백, 마고 백은 이제 한물갔습니다. 새로운 잇백이 뉴욕 거리를 강타하고 있거든요. 이 백들은 주인 품에 안겨 있거나 어깨에 매달려 있지 않습니다. 자기 발로, 그러니까 바퀴로 서 있고, 굴러가죠. 바로 ‘헐켄(Hulken) 롤링 토트백’입니다.
꼭 할머니들이 시장 갈 때 끌던 바퀴 달린 장바구니 같지만, 헐켄은 여기에 트렌디한 걸리 팝 감성을 제대로 얹었습니다. 우선 컬러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실버, 블랙은 물론 핑크와 라이트 블루까지 출시했죠. 거기다 메탈릭한 소재 덕분에 화려하게 빛나고요. 브라이덜 빈티지 숍 스튜디오 도로시(Studio Dorothy)의 리지 휠러(Lizzie Wheeler)는 이렇게 말합니다. “메탈릭하게 만든 방식이 정말 걸리 팝(Girly Pop) 같아요.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와 사진가, 플로리스트를 위한 거죠. 이케아 가방의 시그니처 컬러처럼 우리도 시그니처가 될 만한 걸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들이 ‘소녀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죠.”
© Max Berlinger
헐켄은 패션계와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했고, 최근에는 액세서리 브랜드 수전 알렉산드라(Susan Alexandra)와 손잡고 커피 한 잔, 베이글, ‘Schlep(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먼 길을 간다는 뉴욕 은어)’이라는 단어처럼 뉴욕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비즈 장식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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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비와 거의 비슷해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살짝 윙크하듯 보여주는 거죠.” 리지 휠러는 덧붙입니다. “2018년에 출시됐다면 뎀나가 발렌시아가 런웨이에 한 번쯤 올렸을 거예요. DHL 후디와 헐켄을 함께요.” 언젠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위한 짐가방을 넘어 훨씬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탁방은 물론. © Max Berlinger
지하철에서도 포착됐습니다. © J Vanburen
이런 반전 매력 덕분일까요? 올여름, 브루클린 하이츠의 동네 길모퉁이와 건널목, 세탁방과 지하철 플랫폼, 심지어 파이어 아일랜드에서까지 헐켄이 갑자기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검색 데이터상 ‘헐켄’은 올해 역대 최고 검색량을 기록했고, ‘헐켄 미디엄’은 전년 대비 110%, ‘헐켄 롤링 토트’는 90% 증가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뉴욕이 제일 많이 검색한 도시가 아니라는 겁니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아칸소에 이어 4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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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헐켄은 기존의 백팩과 이케아 토트, 롤링 카트를 손쉽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가방이 운전기사가 딸린 자동차와 저택, 도우미가 있는 뉴욕의 특권적 삶을 보여준다면, 헐켄은 정반대편에 있습니다. 거리를 바쁘게 오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도시 사람들의 가방, 굳이 비유하자면 ‘프롤레타리아 버킨’인 셈이죠.
뉴요커들의 실사용 후기도 뜨겁습니다. 휠러는 브루클린 집에서 어퍼 이스트 사이드 촬영장까지 지하철로 웨딩드레스 10벌을 혼자 운반한 뒤 헐켄의 진가를 알아챘습니다. “이때까지 의상 가방 여러 개를 들고, 우버 XL을 부르고, 기사가 친절하기를 바랐는데, 정말 믿기 어려웠어요.”
@s.tyrahh Worth every penny unfortunately… especially if you’re a stylish girl in the city. @Hulken #hulkenbag #hulkenbagreview #fyp #nyc #livinginnyc
♬ Sossaup (Instrumental) – KAYTRAMINÉ & Aminé & KAYTRANADA
테크 업계 종사자 사힐리 웨이트먼(Sahilee Waitman) 역시 실버 헐켄을 구매해 주말 장보기나 빈티지 숍 방문에 애용하고 있습니다. 100~125달러라는 가격에 처음엔 회의적이었지만, 결국 틱톡에 영상을 올리며 “전혀 아깝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죠. 이미 월마트와 쉬인(Shein)에는 유사 제품까지 등장했습니다.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주부 J. 밴뷰런(J. Vanburen) 역시 아들의 운동 장비와 간식, 본인의 운동복과 장 본 저녁거리까지 가득 담아 도시를 오갑니다. 슬림하게 접어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물론 단점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더군요. “바쁜 뉴요커를 위해 만들었지만, 뉴욕의 울퉁불퉁한 도로에 완벽히 적합하진 않아요. 하지만 매끄러운 바닥에서는 이만한 가방이 없죠.”
© Max Berlinger
뉴요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헐켄은 2018년 알렉스 스키나시(Alex Schinasi)와 요니 셸레그(Yoni Sheleg) 부부가 디자인했습니다. 음악가인 셸레그가 부피 큰 장비를 지하철 계단과 거리로 옮기며 겪은 불편함에서 시작됐죠.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단순한 디자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넉넉한 지퍼형 가방에 단단한 바닥과 바퀴를 달고 산업용 소재로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잇백이 되었습니다.
바쁜 날에도 스타일을 잃고 싶지 않다면, 헐켄 백을 살펴보세요! 저는 점심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페스티벌 갈 때 들고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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