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2분만 스크롤해봐도, 아니 그냥 창밖만 내다봐도 나이트가운, 새틴 반바지, 하늘하늘한 속치마 차림의 런더너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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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름이 제일 좋은 계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늘 조금 의심해왔습니다. 가벼운 니트를 입고 상쾌한 가을바람을 즐기는 대신, 땀에 절어 얼룩진 탱크 톱 차림으로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하다니요? 저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구겨진 흰 티셔츠를 꺼내 입으며 재킷의 계절을 그리워하는 대신,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바로 하루 종일 잠옷 같은 차림으로 지내는 것이죠. 소박하게 모은 빈티지 실크 슬립 몇 벌을 무기 삼으니, 여름을 그토록 싫어하던 저 같은 사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요.
이 모든 건 몇 달 전, 푸시업 브라의 부활에 관한 글을 쓰다 이베이에서 빈티지 란제리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시작됐습니다. 갖고 있는 잠옷이라고는 2014년쯤 산 잭 윌스(Jack Wills) 바지 한 벌이 전부였죠. 잠옷을 사랑하라는 하늘의 계시였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로즈(Harrods) 백화점에 새로 입점한 라 페를라(La Perla) 매장에서 고급 슬립 웨어 레슨을 받으며, 바닥까지 끌리는 나이트가운과 마라부 장식 가운을 걸치고 활보했죠. 그 후로 온종일 화려한 잠옷을 입고 싶은 욕구는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낮에도 밤에도 입을 수 있는 슬립 드레스는 어느새 저의 비공식 여름 유니폼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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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립 스타일 여름 옷장을 옹호하면서 캐롤린 베셋 케네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의 캘빈클라인 미니멀리즘은 좋든 싫든 제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있죠. 마찬가지로, 더 로우의 악명 높게 비싼 베이식 아이템의 매력을 애써 외면하는 척해봐도, 저는 취향이 단순한 사람이라, 깔끔한 1990년대풍 실루엣에 언제나 마음이 흔들리고 맙니다. 지금 패션계 인물 중, 누가 케이트 모스 시절의 미니멀을 싫어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남부 유럽식 나른한 섹시함이나 노출 스타일링을 신나게 권해도, 정작 저 자신은 그렇게 못하는 것도 일맥상통하죠. 그래서 슬립 드레스는 미니멀리스트 성향을 완전히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이 재미에 살짝 발을 담글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네이키드 드레싱’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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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영국 <보그>의 조이 몽고메리는 올여름을 ‘나이트 드레스의 여름’이라고 선언했는데, 저는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나이트 웨어의 여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런던 거리에는 하늘하늘한 코튼 나이트가운과 새틴 반바지, 레이스 장식이 달린 채 훌렁 걸쳐 입기만 하면 되는 하늘하늘한 언더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아직까지 완벽한 여름 예찬론자가 되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요. 하지만 날이 시원해질 때까지는, 대낮에도 잠옷 같은 옷차림을 즐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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