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글에 ‘뾰족구두’를 검색해보세요. 맨 위에 뜨는 연관 검색어가 ‘뾰족구두 극혐’인 것만 봐도 그동안 우리가 이 신발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손에 닿으면 베일 만큼 앞코가 뾰족한 부츠를 신고 패션에 관심 없는 대학 친구라도 만나는 날에는 “일 그만두고 마술사라도 되려는 거냐?”라며 조롱당하기 일쑤였고요.
Saint Laurent 2027 S/S Men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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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선입견을 완전히 버릴 때가 왔습니다. 신발, 정확히는 구두의 실루엣이 점점 뾰족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전통의 ‘뾰족구두 명가’, 생 로랑인데요(우습게도 제 부츠 역시 생 로랑입니다). 지난 6월, 여느 때와 같이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열린 생 로랑 2027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살펴볼까요? 일본 예술가 나카야 후지코(Fujiko Nakaya)의 ‘안개 조각’을 해치고 등장한 모델들은 대부분이 앞코가 길고 뾰족한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소재는 가죽부터 PVC까지 다양했고요.
Saint Laurent 2027 S/S Men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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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뾰족구두의 전성시대가 시작되리라 예견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롱 앤 린’, 그러니까 길고 얇은 실루엣이 유행 중이기 때문이죠. 포인티드 토 슈즈는 슬림 핏 팬츠와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아이템입니다. 바지가 만들어내는 세로선이 발끝까지 이어지며, 다리가 한층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내거든요. 안토니 바카렐로 역시 뾰족구두에 슬림하다 못해 스키니한 팬츠를 매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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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스 같은 셀럽 덕에 꾀죄죄한 인디 슬리즈 스타일이 돌아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디 슬리즈란 록 스타들의 패션에 기반을 둔 스타일인데요. 1970년대부터 쭉 패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이기 팝,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인디 슬리즈의 유행을 이끌었던 피트 도허티는 늘 스키니 진에 포인티드 토 슈즈를 매치했습니다. 그때부터 뾰족한 앞코는 섹시한 동시에 어딘가 중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테일이 됐죠.
Vetements 2027 S/S Menswear
Dior 2027 S/S Men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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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 des Garçons 2027 S/S Men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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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 디올, 그리고 꼼데가르송 역시 뾰족구두를 선보였습니다. 베트멍은 핀스트라이프 수트와 흰 탱크 톱을 활용한 미니멀 스타일링을 연출했는데요. 재킷이나 팬츠에 별다른 포인트는 없었지만, 존재감 넘치는 앞코 덕분에 룩이 심심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디올은 워크 웨어에서 흔히 쓰이는 두툼하고 거친 원단으로 만든 파자마 룩에 길고 뾰족한 구두를 매치해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고요. 꼼데가르송의 부츠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현실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디자인의 뾰족구두가 런웨이에 등장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꽤 의미심장합니다.
Launchmetrics Spotlight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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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코를 보고 지레 겁부터 먹지 마세요. 리얼웨이에서의 스타일링을 보면, 포인티드 토 슈즈가 의외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택지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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