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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은 이제 안녕, 지금은 컬러를 입을 때예요!
vogue · 2026년 7월 24일

미니멀리즘은 이제 안녕, 지금은 컬러를 입을 때예요!

미니멀리즘에 작별을 고할 때가 왔나 봅니다. 화려한 컬러를 앞세운 브랜드들 덕분에 패션이 다시 재밌어지고 있거든요.

Courtesy of Vogue

@keoghdewar

@nicoloromano

보는 즉시 ‘이거다!’ 싶은 확신을 주는 컬러 매치가 넘쳤던 2027 봄/여름 남성복 시즌이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셀린느는 카멜색 스웨터와 핑크색 커머번드를 매치했고, 랄프 로렌은 프레피 스타일의 익숙한 컬러 팔레트에 생동감 넘치는 색을 더했죠.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옷을 선보이며 ‘콰이어트 럭셔리’ 유행 당시 주목해야 할 브랜드로 떠오른 티비(Tibi)의 창립자, 에이미 스밀로빅(Amy Smilovic)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감지했다고 말합니다. “시즌 내내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가 이어졌어요.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는 듯한 기분이었죠.”

스밀로빅은 최근 여름휴가를 위해 짐을 싸던 중 어느새 색색의 옷으로 가득 찬 여행 가방을 보고 디자인 디렉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절대로 색깔 있는 옷을 즐겨 입지 않거든요! 파스텔 톤부터 ‘특이한’ 색까지, 저도 모르게 정말 다양한 컬러를 가방 안에 챙겼더라고요.” 그녀는 이번 남성복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지금처럼 세상이 음울할 때는 가볍고 유쾌한 옷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Lii 2027 S/S Menswear

Saint Laurent 2025 F/W RTW

물론 아무런 조짐도 없이 시작된 트렌드는 아닙니다. 중국 출신 디자이너, 제인 리(Zane Li)가 이끄는 리(Lii)는 흥미로운 배색과 미래적인 실루엣을 선보이며 <보그>와 CFDA가 공동 주관하는 패션 펀드의 최종 후보에 올랐죠.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한 도시, 마라케시가 떠오르는 컬러로 가득했던 생 로랑 2025 가을/겨울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고요.

COMME des GARÇONS 2027 S/S Menswear

Louis Vuitton 2027 S/S Menswear

지난 2월 있었던 2026 가을/겨울 시즌의 뉴욕 패션 위크에서도 같은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팬톤은 해당 시즌을 대표한 컬러로 ‘페스티브 푸크시아(Festive Fuchsia, 진한 자주색)’와 ‘그린 엔비(햇볕에 바랜 듯한 올리브 그린)’를 뽑았고, <보그> 역시 ‘완두콩 수프’를 닮은 신발이 눈에 띄었다는 기사를 썼죠. 미니멀 트렌드를 떠나 맥시멀리즘으로 향하는 것은 패션계뿐이 아닙니다. 대중문화 역시 마찬가지죠. 라이언 머피가 제작을 맡은 <더 샤즈(The Shards)>가 개봉을 약 2주 앞둔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대담한 컬러 스타일링을 즐겼던 여피족에게 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시즌 런웨이를 수놓은 태피터 소재 팬츠가 그 증거고요.

Thom Browne 2027 S/S Menswear

Willy Chavarria 2027 S/S Menswear

2027 봄/여름 남성복 시즌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컬러가 전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선명하고 화려한 색이 룩에 포인트를 더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각기 다른 색을 마구잡이로 매치해도 괜찮은 시대가 시작된 겁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인데요. 토마토색 스웨터, 자두색 커머번드 그리고 짙은 갈색 팬츠의 조합은 얼핏 부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실제 런웨이에 등장한 룩은 더없이 조화로워 보였습니다.

Celine 2027 S/S Menswear

팬톤의 전무이사, 리트리스 아이즈먼(Leatrice Eiseman)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빨간색입니다. 허리의 보라색 커머번드는 빨간색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대비를 만들어내죠. 여기에 팬츠까지 다른 컬러를 사용하니, 시선이 세 군데로 분산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빨간색의 강렬한 존재감은 그대로 유지되고요.” 그녀의 말처럼, 여러 컬러를 활용하더라도 각 색의 역할을 확실히 분담해야만 비로소 조화로운 컬러 스타일링이 완성됩니다.

Auralee 2027 S/S Menswear

지금의 컬러 트렌드를 주도하는 오라리 역시 비슷한 스타일링을 선보입니다. 다크 네이비 컬러의 해링턴 재킷, 아쿠아 색상의 꽃무늬 셔츠 그리고 수영장의 색을 차용한 듯한 쇼츠를 매치한 룩이 완벽한 예시입니다. 아이즈먼은 사람의 시선은 언제나 가장 밝은 컬러를 향한다고 조언했는데요. “오라리의 룩에서 시선이 쏠리는 곳은 두 군데입니다. 면적이 넓은 쇼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이어서 같은 계열의 색이 활용된 셔츠가 눈길을 사로잡죠. 두 컬러 포인트 덕분에 다소 평범한 듯한 남색 재킷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즉, 지금 컬러 스타일링의 핵심은 ‘강렬한 색을 무작정 섞는다’가 아니라, 같은 계열의 색을 룩 곳곳에 반복적으로 배치해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Marc Jacobs 2027 S/S RTW

반면 마크 제이콥스는 가장 기본적인 색채 이론을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노란 미니드레스와 보라색 타이츠를 조합한 룩을 한번 살펴볼까요? 아이즈먼은 옐로와 퍼플이 보색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서로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자의 색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광택감이 느껴지는 소재와 시스루 소재를 동시에 활용한 마크 제이콥스의 센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FIT 교수 겸 컬러 전략 전문가, 제이다 슈마허(Jada Schumacher)는 흥미로운 컬러를 현명하게 배치한 룩이 “보면 볼수록 새롭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콘텐츠가 즉각적으로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지금 세대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뜻이죠. 그녀 역시 최근의 흐름이 패션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퍼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든 개인의 옷장이든, 이제는 특별한 아이템을 개별적으로 수집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죠. 팬톤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며, 광고계 역시 점점 더 선명한 컬러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제 ‘트렌드 컬러’를 논하고, 컬러로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컬러를 활용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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