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한 해양 스포츠.
“지금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죠?” 사이다 같은 질문이 정적을 깼다. 우리는 지중해의 대표적인 요트 레이스 ‘로로피아나 지라글리아 레가타(Loro Piana Giraglia Regatta)’를 보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 있었다. 2024년부터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로로피아나가 게스트를 위해 마련한 작은 보트를 타고 오전 10시쯤 출발해 경기를 앞둔 요트 근처에 멈춰 선 채 샴페인을 나눠 마시는 중이었다. 이미 11시는 훌쩍 지났고, 샴페인 역시 두세 잔 넘게 비웠음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자 일행 중 한 명이 물은 것이다. 나를 포함한 9명의 게스트는 일제히 보트에 동행한 전문 ‘요트인’을 바라봤다. 손목에 찬 롤렉스 요트-마스터 II 시계 아래 마티니 문신을 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요트 클럽이자 생트로페 해양 협회와 함께 이 경기를 주최하는 요트 클럽 이탈리아노(Yacht Club Italiano)의 일원이다. “바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가 움직이기에 충분하지 않군요.” 다시 말해 한가로이 태닝을 즐기기엔 완벽한 날씨였을지 몰라도 세일링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이튿날 경기는 바람이 없어 결국 취소되었다).
다행히 바람이 강해졌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바다 위에 늘어선 커다란 요트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일단 출발하고 나면 실제로 어떤 배가 앞서는지 제대로 알긴 어려웠다. “저 팀이 이기고 있군요.” 그는 한 요트를 가리키며, 단순히 마지막 부표를 먼저 통과하는 것으로 우승이 정해지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올해 73회를 맞은 지라글리아 레가타는 국제 세일링 캘린더에서 가장 권위 있는 행사로, 6월 중순이면 전 세계에서 200척이 넘는 요트가 생트로페로 모인다. 대회는 생트로페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4일간의 연안 레이스, 생트로페에서 출발해 북부 코르시카의 지라글리아섬을 거쳐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마무리되는 241해리(약 446km)의 장거리 해상 레이스로 구성된다(내가 본 건 연안 레이스다). 여기에서 로로피아나는 그저 이름만 그럴듯한 후원사로 남길 거부한다. 오랜 시간 세일링 세계와 깊은 유대를 이어온 이 이탈리아 메종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라운지와 레이스 빌리지를 운영하며 요트 소유주와 세일링 크루, 항해 애호가를 전적으로 지원한다. 세일링에 대한 애정은 가문 대대로 이어졌다. “스포츠, 특히 세일링은 언제나 우리 가족의 열정이었습니다.”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Pier Luigi Loro Piana)는 올해도 자신의 크루와 함께 ‘마이 송(My Song)’에 올라 경기에 참가했다.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t)의 곡에서 따온 이름을 이어온 개인 요트 시리즈의 다섯 번째 배다. “마이 송에서 혼자 빨간색 조끼를 입은 사람이 피에르예요.” 홍보 담당자가 귀띔했다.
로로피아나와 세일링의 관계는 더 넓은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세일링 이벤트와의 파트너십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나폴리와 소렌토 일대에서 개최되는 ‘세티마나 데이 트레 골피(Settimana dei Tre Golfi)’를, 2009년부터 2021년까지는 포르토 체르보에서 열리던 ‘로로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Loro Piana Superyacht Regatta)’를 후원했다. 2012년부터 6년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버진고다섬에서 개최된 ‘로로피아나 캐리비언 슈퍼요트 레가타 & 랑데부(Loro Piana Caribbean Superyacht Regatta & Rendezvous)’를 지원했으며, 2023년부터는 ‘트레 골피 세일링 위크(Tre Golfi Sailing Week)’의 스폰서로도 활동 중이다. 세일링에 진심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전통, 페어플레이, 완벽함에 대한 열정, 궁극의 퍼포먼스, 그리고 사부아르 비브르(Savoir-Vivre, 삶의 미학) 등 로로피아나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메종을 대표하는 일부 아이콘 역시 세일링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세련되고 여유로운 바다 위 라이프스타일이 도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가볍고 튼튼하며 방수 기능까지 갖춘 윈드메이트Ⓡ 소재를 적용한 ‘보머(Bomber)’ 재킷과 요트의 나무 갑판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설계된 ‘화이트 솔(White Sole)’ 신발이 대표적이다. 고온 다습한 날씨와 여름철 요트 환경에 이상적인 리넨 소재 ‘안드레(André)’ 셔츠도 있다. 2000년 ‘아메리카 컵(America’s Cup)’ 방어전에 나선 뉴질랜드 팀을 위해 개발된 기능성 아우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펜더(Defender)’ 재킷은 지라글리아 레가타의 각 부문 우승자 3인에게 수여하기도 한다.
일정상 6월 20일 제노바에서 열린 최종 시상식에는 가지 못했지만, 당일 우승 팀을 위한 시상식은 참석할 수 있었다. 관중 모두 생트로페 해안으로 돌아온 세일러를 환영했고, 그들의 항해 거리를 축하했으며, 우승자들은 환호했다. 바다 위를 함께 누빈 크루는 서로를 끌어안았고, 가족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왔다. 어린 자녀들이 시상대에 함께 오르기도 했다. 요트 문화가 지닌 화려한 명성을 감안한다면 놀라울 만큼 인간적인 현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순간 로로피아나가 왜 진정한 럭셔리를 대표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저 멋지게 차려입고 호화로운 파티를 즐기는 초부유층의 단편적인 이미지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짜 일상을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몸소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라운지에 놓인 로로피아나 인테리어 테이블에 둘러앉아 크루아상을 뜯어 먹으며 수다를 떨고, 값비싼 가방에서 쌍안경을 꺼내 바다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살핀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로로피아나에 세일링은 브랜드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확장처럼 느껴진다. 아, 물론 이 요트 경기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V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