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첫 발렌시아가 꾸뛰르 컬렉션을 이틀 앞둔 날. 발렌시아가 인스타그램에 흰 랩 코트를 입은 인물 39명의 사진이 업로드되었습니다. 포스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죠. “꾸뛰르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인간입니다. 인간이 시간, 정성, 사랑 그리고 영혼을 쏟아부어야만 완성되는 것이 바로 꾸뛰르죠. 이들 모두 저와 함께 컬렉션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얼굴들, 그리고 이들 모두의 마음. 이것이 바로 발렌시아가 꾸뛰르의 정체성입니다.” 발렌티노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꾸뛰르 컬렉션을 제작해온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의 꾸뛰르’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쇼가 끝난 뒤, 게스트에게 인사하는 피엘파올로 피촐리와 발렌시아가 꾸뛰르 팀.
14구의 파리 시테 대학교에서 열린 이번 쇼는 발렌시아가 하우스가 선보이는 55번째 꾸뛰르 컬렉션이었습니다.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이번 컬렉션이 ‘옷을 입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바치는 찬사’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덜어낼 수 있는, 그러니까 옷을 구성하는 부가적인 요소를 전부 덜어낸 뒤 옷의 실루엣을 조각품처럼 다듬으며 무거운 소재에 ‘가벼움’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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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내내 ‘조각과 오뜨 꾸뛰르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무드보드에서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바바라 헵워스, 헨리 무어, 콩스탕탱 브랑쿠시 그리고 이사무 노구치 등 다양한 조각가들의 작품 사진을 찾아볼 수 있었죠. 피촐리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는 조각가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무드보드에는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그리고 프란시스코 고야 등 강렬하고 극적인 그림을 그린 스페인 바로크 화가들의 작품 사진이 붙어 있었거든요.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발렌시아가 2026 가을 꾸뛰르 컬렉션 제작의 첫 번째 단계는 모델들의 몸을 3D로 스캔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인정신의 정수와도 같은 꾸뛰르가 첨단 기술과 만나 진화하는 순간이었죠. 피촐리는 앞으로 컬렉션 피스를 구매하는 고객 역시 3D 신체 스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최신 기술에 대해 열광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런웨이 위에서는 그 흔적이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쇼에서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마법 같은’ 모습만이 눈에 띄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죠.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플루 기법(시폰이나 실크처럼 섬세하고 얇은 소재로 유려한 실루엣의 드레스를 만드는 것)과 테일러링 기법을 결합해 작업했습니다. 꾸뛰르의 상징과도 같은 캐시미어 코트의 경우, 조각적인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갑옷 같은’ 분위기는 피하고자 원단이 부드럽게 몸을 감싸도록 했죠.” 피촐리는 이번 컬렉션 전반에 걸쳐 가벼움과 경쾌함을 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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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쇼에서는 발렌시아가 꾸뛰리에들의 장인정신 역시 돋보였습니다. 자수가 섬세하게 놓인 룩들은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손으로 그린 꽃잎 8,000개가 장식된 드레스는 그야말로 ‘꾸뛰르’ 그 자체였죠. 얇은 오간자 위에 2만4,150개의 새틴 깃털을 수놓은 룩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Balenciaga 2026 Fall Couture
쇼의 오프닝과 클로징은 모델 아녹 야이가 담당했습니다. 쇼의 끝을 알린 흰 드레스 룩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1967년(피엘파올로 피촐리가 태어난 해입니다) 선보인 드레스에서 영감받아 탄생했죠. 피촐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 드레스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전임자의 역사를 존중하고, 또 기리는 게 필수라고 여기지는 않아요. 단지 발렌시아가의 역사를 사랑하는 제 마음을 충실하게 따랐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