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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검투사 샌들’ 없이 고대 의상을 표현한 ‘오디세이’ 속 스타일
vogue · 2026년 8월 5일

뻔한 ‘검투사 샌들’ 없이 고대 의상을 표현한 ‘오디세이’ 속 스타일

영화 ‘오디세이’ 중에서. 오디세우스 역의 맷 데이먼과 아테나 역의 젠데이아.

크리스토퍼 놀란은 <오디세이>가 샌들 신은 남자들이 검을 들고 싸우는 흔한 할리우드식 ‘검투사 영화(Sword-and-sandals)’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감독의 전작 <오펜하이머>에 이어 <오디세이>에서도 의상 디자인을 맡은 엘렌 미로즈닉(Ellen Mirojnick)은 “놀란은 고대 배경 영화의 클리셰를 너무 싫어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과거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었어요.”

미로즈닉은 영화 속 의상이 호박 속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 유물 같지 않으면서도 고대다운 분위기를 전달하기를 바랐습니다. “이 시대 관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했어요.” 판에 박히지 않으면서도 고대의 전형성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의상을 만들기 위해 미로즈닉은 그 시대에 사람들이 사용했던 직물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리넨과 가죽이 있었어요. 물론 청동도 있었고요. 사실 청동은 그런 검투사 장르 영화에서 광이 나는 형태로 자주 등장하죠.”

중요한 건 <오디세이>가 10년 넘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한가운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영화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병사들의 의상 역시 혹독한 고초를 겪은 아주 낡은 상태를 표현해야 했죠. 미로즈닉이 만든 오디세우스(맷 데이먼)와 병사들의 의상에서 청동은 녹슬어 있고, 가죽은 긴 전쟁을 거쳐 해져 있습니다. “피폐하고, 고통스럽고, 얼룩지고, 산산이 부서진 세계”라고 그녀는 설명합니다. “모든 의상에서 그 세계가 느껴져야만 했어요. 미학적인 측면에서 질감, 무게, 마모 상태가 중요했죠. 땅에서 끌어 올린 것 같은 모습이었으면 했고요.”

케페우스 역의 지미 곤잘레스, 맷 데이먼, 에우리로코스 역의 히메쉬 파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특히 더 의상을 정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였습니다. 미로즈닉의 설명에 따르면, 그건 그가 “점점 쇠약해지기도 하고, 스스로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남들의 눈을 속이기도 하고, 상황 변화에 적응하기도 하며, 결국에는 살아남는 인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계속 진화하는 캐릭터예요. 오디세우스다운 정체성을 계속 드러내면서도, 그가 갈수록 지쳐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게 관건이었어요.” 한 곳 한 곳 여정을 지속하며 변화하는 오디세우스를 표현하기 위한 해답은 ‘단순함’이었습니다. 결국 오디세우스에게는 “힘이 아닌 기억이 무기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미로즈닉은 말하죠.

하지만 이타카 왕국 사람들의 의상에는 조금 다른 문법이 적용되었습니다.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가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남자가 페넬로페에게 새로운 남편을 선택하라고 재촉하며 구혼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유일하게 녹슬지 않고 반짝이는 청동이 등장하죠. 구혼자 중 하나인 안티노우스(로버트 패틴슨)의 의상에는 정교한 황동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이 남자들은 모두 몇 년 동안이나 왕이 되기 위해 한자리에서 기다린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거죠.”

안티노우스 역의 로버트 패틴슨.

자칫 전형적인 판타지 영화 속 클리셰를 따라 만들어질 위험이 있었던 신들의 의상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로즈닉은 아테나(젠데이아)의 캐릭터를 ‘단순함과 절제미’를 갖춘 오프화이트 컬러의 리넨 의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조언자인 그녀의 권위가 과시적인 방식이 아니라 차분한 가운데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방식으로 드러나야 했기 때문이었죠. 오디세우스를 자신의 섬에 7년 동안 가두는 칼립소(샤를리즈 테론)의 의상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칼립소의 의상은 그녀가 속한 환경, 즉 자연, 영원, 고립을 드러냅니다.” 미로즈닉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칼립소가 몸에 걸치는 모든 것에 기능적인 성격이 있어요.” 칼립소는 그물망을 덧댄 드레스를 입습니다. 미로즈닉이 바다의 정령인 그녀가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한 것이라고 상상하며 만든 것이죠.

“<오디세이>는 피폐하고, 고통스럽고, 얼룩지고, 산산이 부서진 세계죠. 모든 의상에서 그 세계가 느껴져야만 했어요.” – 엘렌 미로즈닉

키르케의 의상 역시 어떤 면에서 실용적입니다. 생활에 편리하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옷이 아니라, 키르케의 매혹적인 성격과 그녀와 과거 인연이 있었던 이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옷이죠. 의상에 대해 미로즈닉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키르케는 자신의 섬에 머물다 간 모든 사람에게서 여러 물건을 수집했고,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몸에 걸쳐요. 오디세우스 일행과 처음 만났을 때 키르케는 그런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죠.”

멜란토 역의 미아 고스와 페넬로페 역의 앤 해서웨이.

하지만 인간 여왕들의 의상은 전혀 다릅니다.

미로즈닉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헬레네(루피타 뇽오)에게는 갑옷과 같은 옷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금 소재를 엮은 금속 드레스를 만들었습니다. “의상을 피팅할 때 루피타에게 ‘30파운드(약 14kg)나 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었어요.” 그녀는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진주 30파운드를 걸친 적도 있는데, 30파운드짜리 금 드레스야 입을 수 있죠.”

루피타 뇽오는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템네스트라 역도 맡아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습니다. 두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구별하기 위해 미로즈닉은 클리템네스트라에게는 ‘티리언 퍼플(Tyrian Purple)’ 색상의 옷을 입혔습니다. 바다 달팽이의 점액선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매우 희귀한 색상이죠(염료 1g을 만들려면 최대 1만2,000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한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앤 해서웨이와 텔레마코스 역의 톰 홀랜드.

영화는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10년에 걸친 여정을 그리지만, 그동안 그의 아내 페넬로페는 한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페넬로페의 의상은 시각적인 변화를 주는 대신, 미묘한 실루엣의 변화를 통해 여러 가지를 표현했어요. 부드럽게 만들거나, 날카롭게 만들거나, 옷의 여러 겹이 분리되게 만들거나, 궁전의 색상을 사용하는 식으로요.” 미로즈닉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움직이면서 살아남는 동안 한데 머물며 왕국을 지키는 인물이니까요.”

미로즈닉은 시대를 초월한 이 의상이 <오디세이>를 2026년에 보는 관객에게도, 몇십 년 후에 보는 관객에게도 고대 서사시의 변함없는 매력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랐죠. “우리는 한 시대를 디자인한 게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남아 있을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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