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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팬스’가 패션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vogue · 2026년 7월 13일

‘온리팬스’가 패션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패션을 자극할 바로 그 스폿!

새로운 스폿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집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내게 “요즘 어디서 쇼핑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과거에는 백화점 같은 거대한 쇼핑 공간을 몇 바퀴씩 돌며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나 백화점과 멀티브랜드 스토어가 점차 힘을 잃으면서 독립 브랜드 생태계도 흔들리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전통적인 유통 채널에서 얻던 수입은 줄어들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쇼핑 방식은 물론 쇼핑을 둘러싼 공간과 콘텐츠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창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다. 플랫폼 선택 하나가 콘텐츠의 방향성과 유입 규모를 결정짓는 시대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그 틈으로 ‘온리팬스(OnlyFans)’가 들어왔다. 온리팬스는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본래 성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의 특성상 성인 콘텐츠 제작자의 주요 활동 무대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독립적인 수익 구조를 찾는 패션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좋아요 수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젊은 패션 브랜드는 더 도발적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큰 주목을 받은 남성복 브랜드 LGN의 창립자 루이 가브리엘 누시(Louis Gabriel Nouchi)는 지난 1월 브랜드 전용 온리팬스 계정을 개설했다. LGN은 관능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인종, 성별의 모델을 기용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높인 브랜드다. 2022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거의 나체에 가까운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2023 가을/겨울 컬렉션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배우 루카스 브라보와 제인 필립스, 성인 배우 샤록(Sharok)을 모델로 기용하며 이슈가 됐다. SNS를 통해 입소문의 힘을 경험한 누시는 동시에 그 한계도 깨달았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다고 해서 반드시 돈을 버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온리팬스 로고가 새겨진 민소매 티셔츠와 속옷을 입은 모델을 런웨이에 등장시키며 계정 개설을 알렸다. 온리팬스는 이전에도 엘레나 벨레즈, 콜리나 스트라다 등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누시의 계정은 일반적인 온리팬스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는 누드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나체를 보여주지 않아요. 저는 옷을 파는 사람이니까요.” 대신 자신의 디자인을 더 관능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계정 구독은 무료지만 콘텐츠는 유료다. 정교하게 제작된 에로틱한 영상과 짧은 텍스트, 그리고 ‘Bulge Series’ 같은 콘텐츠가 공개되며 LGN 모델들이 그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는 이를 ‘스낵 콘텐츠’라 부르며 대부분 10유로 이하에 판매한다. 아직 큰 수익을 만들어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디자이너마다 플랫폼 활용 방식도 다르다. 엘레나 벨레즈와 힐러리 테이모어는 누시보다 훨씬 노골적인 콘텐츠를 선보였고, 이는 브랜드 정체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패션계 거장 릭 오웬스 역시 온리팬스 계정을 개설했다. 월 5달러의 구독료를 받고 발 관련 콘텐츠를 공개했으며, 수익금은 트랜스젠더와 성 소수자 난민 청년을 지원하는 단체 라 메종 달라나(La Maison d’Allanah)에 기부했다. 그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협회 활동을 알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온리팬스를 활용하고자 했다.

누시는 온리팬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유를 꼽는다. 그는 이 플랫폼이 퀴어 커뮤니티에 비교적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의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이용자 역시 엄격한 연령 인증 절차를 거친다. 또한 온리팬스는 20%의 수수료를 제외하면 별도의 중개자 없이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브랜드 협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매력이다. 그는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더 노골적이고 솔직해졌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온리팬스는 단순한 성인 플랫폼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온리팬스는 본질적으로 사적인 콘텐츠를 판매하는 플랫폼일 뿐, 반드시 성적인 콘텐츠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성(性)이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가 이를 적극 활용할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패션계 전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초 파리에서 열린 2026 가을/겨울 시즌은 유독 섹슈얼리티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뤘다. 하이더 아커만은 톰 포드에서 유혹의 기술을 탐구했고, 장 폴 고티에의 듀란 랜팅크는 발기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선보였다. 구찌의 뎀나는 케이트 모스에게 G 스트링을 착용시키고 근육질 모델에게 몸에 밀착되는 셔츠를 입혔다. 모든 것이 관능적이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섹시’만을 이야기하는 시즌은 아니었다.

이 같은 모순은 오늘날 성이 문화 속에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검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남성 크리에이터가 늘고 있다. 드라마 <유포리아> 시즌 3에서도 시드니 스위니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성인 콘텐츠를 판매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과거보다 더 많은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일부 연구는 Z세대의 성생활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우리는 성 자체보다 성의 이미지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 누시는 지금이 온리팬스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었다고 말한다. 브랜드 규모가 더 작았다면 영향력이 부족했을 것이고, 반대로 더 컸다면 투자자와 경영진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훌륭한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립 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다음 선택은 뭘까요? 결국 더 영리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LGN은 온리팬스의 주요 이용자층과 브랜드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겹친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게이 남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온리팬스 전용 속옷 컬렉션 역시 이런 커뮤니티와의 연결성을 고려해 탄생했다. 누시는 자신의 작업 속에서 성적 정체성과 퀴어 문화를 꾸준히 드러내왔고, 온리팬스 진출 역시 그 연장선에 가깝다. 그에게 온리팬스는 매주 발행되는 디지털 매거진과 같다. 다만 훨씬 적은 제약 속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온리팬스가 패션계를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독립 브랜드가 기존 유통 구조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통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커뮤니티와 직접 연결되고, 중개자 없이 수익을 창출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온리팬스가 패션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적어도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위기에 놓인 독립 브랜드에 하나의 구명줄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섹스는 여전히 강력한 콘텐츠 중 하나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가장 오래된 언어니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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