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성의 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왔습니다. 다른 성별을 위해 만든 옷을 입는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매혹적인 선언이자 주체적인 제스처나 다름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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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에 코코 샤넬은 당시 연인이었던 아서 ‘보이’ 카펠의 샤르베 셔츠를 즐겨 입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50년 뒤에는 이브 생 로랑이 ‘르 스모킹’을 선보이며 남성의 전유물이던 턱시도를 여성에게 선물했고요. 이제 이 리스트에 ‘러닝 쇼츠’를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해리 스타일스가 지난해부터 즐겨 입는 스타일이죠. 허벅지를 겨우 가릴 정도로 길이가 짧고 핏은 너무 타이트하지 않은 운동용 반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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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쇼츠는 패션 위크가 한창인 파리나 밀라노 거리보다는 한적한 조깅 코스에 어울리는 바지였습니다. 성별의 경계가 흐릿하다 못해 없어지다시피 한 지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일 수 있지만, 이 아이템이 ‘남성적이냐 여성적이냐’ 물으면 대부분은 전자를 선택할 테고요. 땀 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러닝 쇼츠를 여성이 착용하는 즉시 흥미로운 믹스 매치가 완성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 상반되는 두 무드가 충돌할 수 있다는 뜻이죠. 요즘 같은 여름에는 복잡하게 계산할 것 없이 그냥 티셔츠에 러닝 쇼츠를 매치하면 끝입니다. 러닝 쇼츠 특유의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분위기에 화려한 컬러를 섞어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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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핏의 ‘보이프렌드 셔츠’와 조합하면 주말 나들이부터 한가로운 휴양지까지, 어디에나 어울리는 룩이 완성됩니다. 그 위에 번듯한 블레이저(마찬가지로 한때는 남성만을 위한 옷이었습니다)까지 걸쳐주면 믹스 매치의 멋을 더 부각할 수 있습니다. 러닝 쇼츠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가 신발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스니커즈는 당연하고 단아한 발레 플랫이나 플립플롭과도 훌륭한 궁합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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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브랜드는 이미 러닝 쇼츠를 런웨이에 올리고 있습니다. 펜디와 세실리에 반센이 좋은 예죠. 펜디는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이 공존하는 가죽 코트와 고무줄 바지를 매치했고, 세실리에 반센은 소재를 변주하며 ‘후디에 쇼츠’라는 더없이 캐주얼한 조합에 페미닌한 무드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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