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패션이 재미있는 이유는, 옷을 잘 차려입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본래 목표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후줄근하다’, 혹은 ‘대충 입었다’고 생각됐던 스타일링이 도리어 멋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죠.
모닝 맨해튼 걸, 놈코어 그리고 1990년대식 미니멀리즘. 각 스타일의 ‘추구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셋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힘을 빼되, ‘아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는 룩을 연출하는 것이죠. 바로 그저께, 꾸뛰르 위크가 한창인 파리 거리에서 비토리아 체레티가 트렌드를 완벽하게 반영한 룩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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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뛰르 컬렉션 중 등장한 온갖 전위적인 실루엣과 재기 발랄한 액세서리도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일상과는 동떨어진 디자인이기 때문인지 오히려 이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녀의 룩을 아이템별로 하나하나 뜯어볼까요? 먼저 셔츠입니다.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적당히 벙벙한 ‘보이프렌드 핏’ 셔츠를 아우터처럼 착용했죠. 색감 덕분인지 크게 더워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이너로는 ‘만능 아이템’이나 다름없는 무지 흰 티셔츠를 선택했고요. 액세서리도 흥미로웠는데요. 얼마 전부터 런웨이에 등장하는 횟수가 부쩍 많아진 펜던트 네크리스로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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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잔뜩 뺀 듯 느긋한 분위기는 하반신이 담당했는데요. 우선 팬츠로는 짧은 잠옷 바지를 선택했습니다. 분명 밖에 입고 나와서는 안 되는, 흡사 ‘사각 팬티’ 같은 쇼츠였지만 위에 멀끔한 셔츠를 매치한 덕에 묘하게 설득력이 생겼죠. 룩의 전체적인 균형은 슈즈가 잡아줬습니다. 조용한 럭셔리(이 경우에는 ‘게으른 럭셔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군요)와도 어울리는, 침실에서나 신을 법한 디자인의 스웨이드 슬리퍼는 여유로운데 왠지 멋스럽게 느껴지는 룩을 완성하기에 제격이거든요. <보그>가 한참 전부터 밀고 있는 ‘잠옷을 일상복처럼 입기’와도 맞닿아 있는 스타일링입니다.
따라 하기 그리 어려운 스타일링도 아닙니다. 오버사이즈 셔츠와 흰 티셔츠 정도는 대부분 옷장에 들어 있을 테니까요. 결국 필요한 건 잠옷 같은 쇼츠, 그리고 스웨이드 슬리퍼처럼 룩의 ‘한 끗’을 담당할 디테일뿐입니다. 스크롤을 내려 <보그>가 추천하는 아이템 리스트까지 함께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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