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패션 피플이 플립플롭 대신 신는 맨발 샌들!
vogue · 2026년 7월 23일

요즘 패션 피플이 플립플롭 대신 신는 맨발 샌들!

앞으로는 신발도 걸치는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신은 거 같지 않거든요!

Thomas Delage

플립플롭을 신을 때마다 발등에 물집이 잡히는 저는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신발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작은 고통은 참고 견딜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죠. 2026 가을/겨울 꾸뛰르 위크, 잡지 편집장이자 배우 블레이크 애비(Blake Abbie)는 장 폴 고티에 쇼에 아주 얇은 샌들을 신고 나타났습니다. 납작한 밑창과 발을 연결하는 섬세한 가죽끈이 전부인 그런 샌들이었죠. “맨발로 걷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애비는 이렇게 말했고요.

이 샌들은 러닝 브랜드 리터러리 스포츠(Literary Sport)와 액티브 슈즈 브랜드 제로 슈즈(Xero Shoes)의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완전히 벗은 것 같잖아.’ 애비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약간의 자유로움이 있달까요? 땅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죠.” 결정적으로 그는 “날씨가 더웠는데, 그 샌들을 신으니 제 발이 예뻐 보이더군요”라고 말했지만요.

Literary Sport×Xero Shoes

Literary Sport×Xero Shoes

Literary Sport×Xero Shoes

플립플롭 열풍이 지나간 뒤 앞으로 유행할 잇 슈즈는 더 미니멀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샌들일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런웨이뿐 아니라 패션쇼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가느다란 끈이 달린 미니멀한 샌들이 포착됐고요. 제로 슈즈는 제이크루와도 손을 잡고 인기 제품 ‘제네시스(Genesis)‘ 샌들을 스페셜 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세련된 로퍼로 잘 알려진 보그 패션 펀드(Vogue Fashion Fund) 파이널리스트 제이미 할러(Jamie Haller) 역시 여름을 맞아 부피감을 완전히 걷어낸 ‘스트링 띠어리(String Theory)‘ 샌들을 선보였죠. 이에 비하면 로플러 랜달(Loeffler Randall)의 ‘미카(Mika)‘ 샌들은 미니멀하지만 오히려 두툼해 보일 정도고요! 2주 전 파리에서 이슈가 된 브랜드 리에르(Rier) 쇼룸을 방문했을 때도, 얇은 밑창에 가느다란 끈만 달린 샌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샌들은 점점 더 본질만 남기고 간소화되고 있죠.

리터러리 스포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키 맥키언(Jackie McKeown)은 “러닝 샌들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어요. 그래서 제로의 신발에 스타일링을 시작했을 때 우리의 협업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죠”라고 협업 성사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사실 리터러리 스포츠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세련된 퍼포먼스 웨어에 두툼한 밑창의 러닝화가 아니라 정제되고 섬세한 제로의 ‘제네시스’를 매치해왔습니다. “저는 러닝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패션계 사람이기도 해요. 늘 러닝복만 입을 수 없고, 늘 그 중간 지점이 존재하죠.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처럼 입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Celine 2027 S/S Menswear

Courtesy of Literary Sport

Celine 2027 S/S Menswear

Celine 2027 S/S Menswear

협업 샌들은 테바(Teva)나 킨(Keen) 같은 투박한 하이킹 샌들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미니멀리즘 원칙을 적용해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형태로 단순화했습니다. 2026년의 우리는 작고 앙증맞은 신발 시대를 살고 있죠. (로우 톱 스니커즈, 발레 슈즈, 심지어 샤넬의 반쪽짜리 신발까지, 앞서 언급한 플립플롭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이런 샌들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어떤 의미에서는 신발이라 부를 수 있는 경계 자체를 시험합니다. 군더더기나 과함 없이, 미니멀리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도 볼 수 있고요. 리터러리 스포츠가 이 샌들 홍보 사진을 찍을 때 생수병을 두고 촬영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순수하면서도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물의 요소를 신발과 연결한 셈이었으니까요.

당연히 패션과 스포츠의 관계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농구나 축구 같은 인기 스포츠를 넘어 러닝, 트레일 하이킹 같은 니치한 활동으로까지 패션이 확장되고 있죠. 하이킹 샌들을 변주한 슈즈의 의외성이 패션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요.

맥키언은 “이 둘이 늘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여겨요. 다만 러닝이 워낙 큰 흐름을 타면서 패션 영역으로 흘러들어, 이제 사람들이 룩을 스타일링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닝 타이츠와 흡사한 슬림한 팬츠를 샌들에 매치한 셀린느의 런웨이를 예로 들었는데요. “고급스러운 스포츠(Elevated Sports, 엘리베이티드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지금 남성복 세계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어요”라고 설명했죠. 이런 흐름은 일찍이 미우미우의 2024 봄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단정한 프레피 룩에 비슷한 스타일의 로프 샌들을 매치했죠.

맥키언과 그의 파트너 프랜 밀러(Fran Miller)는 전통적인 스포츠 미학을 뒤집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화려하고 공격적인 디자인 대신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나 절제미, 우아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추구한 겁니다. 이번 컬렉션도 마찬가지였죠. 두툼하고 쿠셔닝 좋은 러닝화를 선보이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결과 러닝복의 기존 실루엣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절제된 디자인이 탄생했고요. 맥키언은 “러닝 트렌드는 볼륨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가요. 부피감 있는 형태에서 벗어난 거죠”라고 말하며 “이 같슨 디자인이 훨씬 더 정제되고 세련된 느낌이 들거든요”라고 덧붙였습니다.

Miu Miu 2024 S/S RTW

Rier 2027 S/S RTW

“신발이 아예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까워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최대한 신발처럼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이 흐름의 핵심 에너지인 것 같아요.”

미니멀한 샌들의 트렌드는 성별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남성에게 유독 새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은 늘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었잖아요. 지금 제 앞에 있는 여성만 봐도, 정말 가느다란 스트랩 하나에 발가락에 뭔가를 두른 게 전부예요. 여성은 늘 발을 드러냈죠. 그러니 어쩌면 우리도 이제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방식에 좀 더 열려 있는 게 아닐까요. 남성복이 그렇게까지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 전반적인 흐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새로운 종류의 신발이 등장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죠.”

일부에게 이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신발을 아예 신지 않는 것! “맨발로 다니는 걸 좀 더 ‘주류’로 받아들이고 용인하는 거라면 뭐든 환영이에요.” 맨발생활협회(Society for Barefoot Living) 운영진 ‘베어풋 크리스(Barefoot Chris)’는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단체는 신발을 최소한으로만, 혹은 아예 신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합니다. “밑창이 아주 얇고 외부에서 발을 지지하는 요소가 거의 없는 ‘미니멀’ 샌들이 러닝화나 하이킹화로 판매되는 걸 많이 봐요. 이런 신발은 아직 험한 지형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과도기적 선택이 될 수 있어요. 그래도 약간의 연습과 적응 과정을 거치면, 맨발로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충분히 잘 다닐 수 있죠.”

Rier 2027 S/S RTW

이어서 그는 “밑창이 아예 없다시피 한 진짜 ‘맨발 샌들’도 있어요. 신발이라기보다는 발에 다는 장신구에 더 가깝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회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어떤 분들은 장식 없이 발을 완전히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두는 걸 선호하고요. 어떤 분들은 맨발 샌들 특유의 장식적인 느낌을 좋아해요. 스타일과 멋을 더하면서도 발바닥이 땅에 그대로 닿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비롯한 몇몇 분들은 맨발로 다니는 것이 어색할 수 있는 상황(레스토랑 같은 곳)을 헤쳐나가기에 이런 신발이 적합하다고 여기죠”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한 디자인에도 나름의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 대한 오마주랄까요? (마침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개봉하는 시점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니!) 그리고 가느다란 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신발에는 부인할 수 없는 관능미와 유희성, BDSM적 뉘앙스도 약간 느껴집니다. 리터러리 스포츠의 샌들조차 그 단순함 속에 작은 디테일을 품고 있죠. 가죽끈 한쪽에 매달린 반짝이는 조약돌 장식입니다. 절제된 디자인에도 작은 디테일이 강한 인상을 납깁니다. 전체적으로 이 스타일은 절제미에서 비롯되는 세련된 우아함이 특징이죠.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애비가 말했습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요. ‘당신이 신은 걸 보고 오늘 그 신발 샀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예뻐 보여야 한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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