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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꾼 현실도 동화처럼 완성되기를, 샤넬 2026 가을 꾸뛰르
vogue · 2026년 7월 8일

우리가 가꾼 현실도 동화처럼 완성되기를, 샤넬 2026 가을 꾸뛰르

코코 샤넬이 읽던 동화책이 런웨이 위에 올라왔습니다.

Chanel 2026 Fall Couture. Launchmetrics Spotlight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동화 속 문장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첫 샤넬 꾸뛰르 컬렉션에서 파스텔 컬러와 정교한 자수, 우아한 시스루를 앞세워 동화를 런웨이 위에 펼쳐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증명했죠. 좋은 옷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넘어 이야기를 담는다는 사실을요.

Chanel 2026 Fall Couture

코코 샤넬이 읽던 동화책에서 시작한 컬렉션

이번 컬렉션 티저 영상에는 초록빛 씨앗을 손에 든 소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아주 큰 식물을 피워내죠. 이 앳된 소녀를 보고 있으면 코코 샤넬이 떠오릅니다. 보육원을 나온 소녀가 자신의 미래를 꿈꾸던 순간 말이죠. 생전 코코 샤넬은 “나는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내가 원하는 삶을 직접 만들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치열하게 가꾸어낸 현실이 동화와 별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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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는 ‘잭과 콩나무’ 이야기와 1990년대 영화 <주만지>에서 독성 꽃들이 침략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습니다. 컬렉션 전반에는 코코 샤넬의 존재감이 짙게 스며들었죠. 출발점은 코코 샤넬의 개인 서재에서 발견된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동화책 <요정들(Les Fées, Contes des Contes)>입니다. 코코 샤넬이 아끼던 책은 핵심 모티브로, 쇼 초대장과 런웨이에 등장했죠.

@chanelofficial

@chanelofficial

동화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옷

책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옷도 이야기를 품게 만들기. 이번 쇼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환상과 현실, 상상과 실용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옷 만드는 과정과 입는 경험이 하나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었죠.

영감의 원천도 익숙합니다. ‘골디락스(Goldilocks)’,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 ‘황금알을 낳는 거위(The Goose That Laid the Golden Eggs)’ 같은 동화가 자수와 액세서리, 작은 장식 곳곳에 녹아들었습니다. 샤넬 꾸뛰르 아틀리에의 전통적인 플루(Flou, 실크나 시폰 등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해 유연하고 드레이프성이 뛰어난 의상을 만드는 기법)와 갈롱(Galon, 의상의 가장자리나 솔기를 장식하는 정교한 레이스 및 트림 장식) 기법을 바탕으로 완성했습니다.

Chanel 2026 Fall Couture

Chanel 2026 Fall Couture

파스텔과 시스루, 그리고 덩굴 자수

컬렉션 중심에는 은은한 파스텔 컬러와 우아한 시스루,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덩굴 자수가 있었습니다.

Chanel 2026 Fall Couture

첫 번째 룩은 블라지다운 클래식으로 시작됩니다. 핑크와 라일락 컬러가 섞인 반투명 트위드 테일러드 수트 착장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트위드 위에 스커트와 슬리브리스 베스트를 겹치고, 안쪽의 섬세한 브라를 자연스럽게 드러냈죠. 모델은 실제 코코 샤넬의 서재에 있던 동화책, <요정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Chanel 2026 Fall Couture

Chanel 2026 Fall Couture

이후에는 동화 속 숲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 덩굴 장식이 다양한 길이의 드레스와 슈즈 굽까지 이어졌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도 최고의 소재와 장인 정신을 만나면 특별한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샤넬의 철학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Chanel 2026 Fall Couture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입는 꾸뛰르

블라지는 이번에도 샤넬 꾸뛰르가 하나의 여성상만을 위한 옷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올 블랙 테일러링부터 반짝이는 블랙 & 화이트, 에나멜처럼 선명한 레드까지,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스타일을 제안했죠.

Chanel 2026 Fall Couture

Chanel 2026 Fall Couture

Chanel 2026 Fall Couture

겹쳐 입어도, 덜어내도 자연스러운 실루엣은 편안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극도로 정교한 패턴과 봉제가 숨어 있습니다. 깃털과 기퓌르 레이스(Guipure Lace, 그물 조직의 바탕 없이 자수 모티브를 두꺼운 실로 연결해 입체적이고 볼드한 느낌을 주는 레이스), 체인과 무게감을 잡아주는 웨이팅 체인(Weighting Chain), 메탈 액세서리가 어우러지며 페이지를 막 넘긴 동화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Chanel 2026 Fall Couture

Chanel 2026 Fall Couture

Chanel 2026 Fall Couture

수채화로 남긴 런웨이

Getty Images

쇼 마지막에는 특별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아티스트 조엘 블랑(Joël Blanc)이 프런트 로에서 모델들의 움직임을 실시간 수채화로 기록했거든요. 모든 것이 디지털로 소비되는 시대에 마티유 블라지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컬렉션을 남겼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럭셔리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joelblancartiste

“동화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여성들의 현실과 일상을 위한 옷입니다. 패션은 언제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일이고, 여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거창한 담론을 나누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이 다시 피부로 와닿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그 현실 또한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말처럼 그렇게 샤넬 꾸뛰르의 새로운 페이지가 완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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