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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완전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영감
vogue · 2026년 7월 30일

인간, 불완전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영감

인간, 그 아름다운 불완전에 대하여.

1.74캐럿의 트로이디아 컷 다이아몬드와 총 580캐럿의 스모키 쿼츠,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로 완성한 ‘타투(TATTOO)’ 목걸이.

‘체커스(CHECKERS)’ 목걸이의 하운즈투스 패턴은 펨토초 레이저를 활용해 구현했다.

“우리는 닮음 속에서 위안을 찾고, 다름 속에서 정체성을 구축한다.” 앤드루 솔로몬의 책 <한낮의 우울>에 등장하는 이 문장처럼 ‘닮음’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다름’은 우리를 독창적인 존재로 빚어낸다.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은 2026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하이 주얼리 컬렉션 ‘휴먼 비잉(Human Being)’을 통해 보편성과 개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존재에 주목했다.

클레어 슈완은 매년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을 선보이며 무엇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성찰해왔다. 2024년에는 ‘오어 블루(Or Bleu)’로 점차 희소해지는 물의 가치를 조명했고, 2025년 ‘임퍼머넌스(Impermanence)’에서는 자연의 소멸에 대한 서사를 전했다. 그리고 올해 그녀는 점점 더 인공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다섯 가지 주얼리 세트에 투영했다. 이번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이 다섯 세트가 모두 동일한 형태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같은 형태에 각기 다른 컬러와 소재, 노하우를 활용해 인간의 닮음과 다름, 나아가 창의성과 장인 정신의 극치를 표현했다.

록 크리스털과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레인(RAIN)’ 목걸이.

첫째는 다이아몬드가 피부 위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모습이 특징인 ‘레인(RAIN)’이다. 소재의 물리적 존재감은 최대한 덜어내고, 오직 다이아몬드만이 시공간 속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관건은 티끌 없는 투명함이다. 클레어 슈완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종이 오랜 시간 사랑해온 소재 록 크리스털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 다이아몬드가 비처럼 내리는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부쉐론의 장인들은 록 크리스털을 정교하게 조각해 속이 빈 물방울 형태로 제작했다. 이후 식물성 레진을 여러 겹 채워 넣고, 각 층마다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수작업으로 배치해 입체적인 효과를 얻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총 4,800여 개 다이아몬드의 위치를 세심하게 계산했다. 모든 과정은 미세한 입자나 기포의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진공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총 1,532캐럿의 핑크 쿼츠와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 3.26캐럿의 쿠션 컷 다이아몬드, 핑크·화이트 골드, 플래티넘 소재의 ‘플라워(FLOWER)’ 목걸이.

둘째는 몸 전체에서 꽃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표현한 ‘플라워(FLOWER)’다. 막 돋아나기 시작한 꽃봉오리부터 만개한 꽃잎까지. 꽃이 피는 모든 순간이 대칭적인 형태의 핑크 쿼츠 목걸이로 펼쳐진다. 메종은 회화적인 플로럴 모티브를 완성하기 위해 마이크로 미니어처 페인팅 기술을 활용했다. 섬세한 붓질을 반복해 다채로운 색조를 정밀하게 구현했으며, 매끄러운 표면 질감을 위해 보호용 마감 바니시를 정교하게 입혔다.

모거나이트와 다이아몬드, 핑크 골드, 플래티넘으로 만든 ‘라이트(LIGHT)’ 목걸이.

셋째 ‘라이트(LIGHT)’는 빛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모거나이트를 조합하고 배치하는 방식에 집중했으며, 일부 스톤에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빛이 스톤 사이를 자유롭게 투과하도록 만들었다. 빛의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동일한 색의 농도를 지닌 1,500캐럿 이상의 모거나이트를 확보하는 것.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친 모거나이트에는 새로운 세팅법이 필요했다. 진동과 압력에 취약한 모거나이트를 아름답게 가공하기 위해 각 스톤에 맞춰 정밀하게 조정한 프롱(Prong)을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나아가 모거나이트 내부에 메탈 프레임워크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한 후 프롱과 베젤을 활용해 다이아몬드를 직접 세팅하기도 했다.

글리프틱 아트 기법이 돋보이는 ‘타투(TATTOO)’ 목걸이.

넷째는 피부에 새겨진 문신을 묘사한 ‘타투(TATTOO)’다. 클레어 슈완은 빅토리아 시대의 타투에서 영감을 받아 스모키 쿼츠에 양귀비와 장미, 박새, 매미, 뱀, 나비, 식물 모티브 등을 세밀하게 새겼다. 실제 타투 같은 착시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빛이 스톤을 통과하는 ‘글리프틱 아트(Glyptic Art)’ 기법을 적용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선과 굴곡을 바탕으로 깊이와 양감, 표면 질감의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낸 장인 정신이 돋보인다.

마지막은 꾸뛰르에 대한 경의를 담은 ‘체커스(CHECKERS)’다. 클레어 슈완이 애정하는 하운즈투스 패턴을 오닉스에 새긴 이 세트는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를 통해 시각적, 촉각적으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장인들은 실제 하운즈투스 직물을 목걸이에 자연스럽게 드리운 효과를 구현하고자 했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하나의 연속된 패턴이 물방울 형태 스톤을 따라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163개의 스톤을 각각 개별적으로 설계하고 가공했다.

총 1,535캐럿의 오닉스와 2.63캐럿의 트로이디아 컷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 소재의 ‘체커스(CHECKERS)’ 목걸이.

총 1만4,000시간이 넘는 제작 기간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다섯 개의 주얼리 세트는 인간의 서로 다른 개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젬스톤의 종류, 볼륨, 빛의 미묘한 변주는 각각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며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저마다 매력을 뽐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너머로 존재 자체의 본질과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절이 떠오른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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