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안 신고 나왔어?”
<보그 코리아>의 조영경 에디터가 이 신발을 신고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이 쳐다보는 것을 넘어 말을 걸어온다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신발 없이 걷는 듯한 뉘앙스 때문에 저 또한 볼 때마다 신기하거든요. 요즘같이 뜨거운 날에는 발까지 열기가 전달된다는 전설의 슈즈, 비브람의 ‘파이브핑거스‘입니다!
황혜원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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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니가 신으면서 이슈가 된 이 슈즈는 즉시 품절됐죠. 하지만 정작 신고 다니는 걸 본 건 조 에디터뿐입니다. 그런데 저 멀리 스페인 <보그>에서도 그 효과를 시험해보고 싶었는지, 논란이 많은 문제의 슈즈를 신어보기로 결심했답니다. 패션 특집 디렉터 누알라 필립스(Nuala Phillips)가 발가락 하나하나에 주인공 자리를 내주겠다고 다짐했다나요? 그리고 지난주 거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 슈즈가 하루를 장악했다고 했죠. 비브람 슈즈를 신고 지낸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Nuala Phillips
손가락질 당하는 즐거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첫 시선은 정확히 오전 8시 45분, 사무실로 향하던 길이었어요. 건물 앞에서 인도를 정리하던 경비원 두 명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발가락을 가리키며) 이 신발이 대체 뭐냐고 물었다고요. 솔직히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죠.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치 있는 답변 몇 마디쯤 준비해두거나, 맨발로 걷는 듯한 느낌으로 발가락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는 기술적 설명이라도 미리 읽어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저 그들과 함께 웃고는 “패션이에요! 패션을 위한 거예요!”라고 깔끔하게 대답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들은 물론 계속 웃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만 밈에서 하는 말처럼 “내가 이 시즌의 신발을 신고 있다는 걸 저들은 모른다(They don’t know I’m wearing the shoe of the season)”에 완벽히 부합했죠. 파이브핑거스는 트렌드 헌터들 사이에서 가장 바이럴하고 (예상치 못한) 신발이 되었다는 것이요. 정장부터 모피 코트, 트레이닝복까지 온갖 스타일과 매치하며 패션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죠.
@bfg_gra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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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로 돌아와서, 겉모습을 넘어 이 신발을 신고 일상생활을 하는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파이브핑거스를 신는다는 것은 감각적인 측면에서도 하나의 혁신이기 때문이죠. 사실 첫 번째 충격은 신발을 신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발가락 하나하나를 각각의 칸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은 뒤 벨크로로 꼼꼼히 고정해야 합니다! 발을 감싸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데, 이후 발은 가장 대담한 도심 사파리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죠.
Nuala Phillips
파이브핑거스는 강인한 사람들을 위한 슈즈입니다. 이 신발을 신고 걷는다는 건 모든 것을 그대로 느낀다는 뜻이니까요. 바닥에 밀착되는 느낌과 표면의 질감을 그대로 느끼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족저근막염을 피하기 위해 마주치는 모든 종류의 배수구를 피해야 합니다. 이 경험을 최대한 압축해 말하자면, 파이브핑거스를 신는다는 건 예민한 사람(PAS)과 연애하는 것과 비슷하죠. 아주 귀엽지만, 모든 걸 너무 많이 느낀다는 점에서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공사 현장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저였지만, 이번 화요일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모래와 진흙, 진동하는 기계, 네오프렌 소재에 감싸인 나의 소박한 발가락들이 만나 어드벤처 파크에 간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죠. 패션이 편안한 적은 없었던 저이기에 경험 부족한 닌자처럼 어설프게 혼돈 속을 헤쳐나갔습니다.
최종 심사장, 사무실에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또 다른 시험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예상과 달리 조금 전 마주친 경비원 두 명 못지않게 신기해했죠. 질문도 비슷했습니다. “편해?” “이상한 기분 들어?” 하지만 가장 많이 나온 건 질문이 아니라 부탁이었죠. “그럼, 발가락 한번 움직여봐.” 나는 자랑스럽게 발가락을 움직였고, 다들 소리 내 웃거나 미소를 지었어요. 아마 이런 게 운동 능력을 자랑하는 아이가 된 기분이 아닐까 싶었죠.
하루는 계속 흘러갔고 책상에 앉아 타이핑하느라 손가락만 움직이다 보면 이따금 이 신발을 신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발가락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삶은 다시 이메일 몇 통 더 답장할 만큼 유쾌하고 우스꽝스러워졌죠. 사무실 사람들도 모두 저만큼 이 신발에 익숙해진 듯했고요.
Nuala Phillips
점심을 사러 내려가면서,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 파이브핑거스의 기술적 성능을 시험해보기로 했습니다. 말 그대로 원숭이처럼 등산로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타고 올라가봤죠. 그리고 확실히 이 신발이 패션 이상의 쓸모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퇴근길에는 전위예술 같고 장난기가 뒤섞인 듯한 새로운 제 모습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패션을 입는 즐거움을 다시 깨달았달까요? 솔직히 사무실에서 꽤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죠. 직업적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 같지만요.
그리고 집에 도착해 신발을 벗는 순간 알게 됐어요. 평소 느꼈던 신발의 압박에서 빠져나오는 해방감 따위가 없다는 것을요. 아쉬워해야 할까요? 발 껍질들과 작별을 고했고, 한 주의 가장 즐거운 날은 끝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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