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베컴은 한 시대를 풍미한 독보적인 스타일 아이콘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그녀의 패션을 둘러싼 무수한 분석이 쏟아져 나올 만큼 말이죠.
@victoriabeckham
1996년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로 데뷔한 이래,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및 뷰티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지금까지 그녀의 룩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사그라든 적은 없습니다. 상류층 이미지 덕분에 ‘포시 스파이스(Posh Spice)’라 불리던 시절 선보인 ‘올 구찌 룩’부터, 오늘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루스한 테일러드 수트와 터틀넥 조합까지 말이에요. 아찔할 만큼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거대한 비치백을 즐겨 드는 취향 또한 빼놓을 수 없겠군요.
빅토리아 베컴의 변화하는 패션 스타일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이 존재하는 반면, 그녀의 손목 위에 주목하는 시선은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시계 취향 역시 지난 세월 동안 조금씩 바뀌어왔죠.
옷은 팝 스타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해온 빅토리아 베컴의 여정을 보여주는 수단이었습니다. 시계 역시 매 순간 그녀의 패션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변화를 거듭했고요. 지난 30년간 선보여온 그녀의 시계 컬렉션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크기의 패션 워치에서 시작해, 갖은 보석을 세팅한 Y2K 스타일을 지나, 수많은 시계 애호가들이 꿈꾸는 빈티지 롤렉스와 파텍 필립의 희귀 모델에 이어, 마침내 자신만의 디자인에 이르렀죠. 빅토리아 베컴의 시대별 시계 컬렉션을 아래에서 확인해볼까요?
세련되고, 섹시하고, 우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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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마를 탄 짙은 색 단발머리, 가늘게 다듬은 눈썹, 정교하게 그린 갈색 립 라이너, 그리고 구찌의 블랙 미니 드레스까지. 1990년대 후반 빅토리아 베컴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식이었습니다. ‘포시 스파이스 스타일’이라고 하면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죠. 그녀의 시계 역시 스타일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고요.
당대의 수많은 패션 아이콘이 그랬듯, 빅토리아 베컴 역시 작은 크기의 패션 워치를 선호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로 뒤덮고 있던 포시 스파이스답게, 처음에는 구찌 2000L을 즐겨 착용했죠.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까르띠에 탱크 프랑세즈로 옮겨갔고요.
그 무렵 그녀의 인생에 데이비드 베컴이 등장합니다. 그는 빅토리아가 시계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죠. 1998년 약혼을 발표할 당시 두 사람은 롤렉스 요트마스터(Yacht-Masters)를 커플 시계로 착용한 채 나타났습니다. 이 장면은 훗날 베컴 부부가 쌓아 올린 신화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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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 커플 아이템을 맞추는 것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베컴 부부는 자신들만의 스타일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최고의 친구
2000년대 들어 베컴 부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커플로 등극했습니다. 영국에서 파파라치 사진에 가장 많이 찍히는 커플이 되었죠. 블랙 미니 드레스와 스트랩 힐이 중심이던 빅토리아의 미니멀한 패션은 이 시기부터 점차 Y2K 감성을 반영해 아주 화려하고 맥시멀한 스타일로 변화해갑니다.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의 숙소가 있던 바덴바덴 지역에서 포착된 빅토리아의 모습은 당대 패셔니스타의 교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몸에 딱 붙는 탱크 톱과 얼굴의 반을 덮는 커다란 선글라스, 그리고 어딜 가든 들고 다니던 거대한 에르메스 버킨 백까지, 20년이 흐른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되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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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계 역시 이런 맥시멀리즘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제이콥앤코(Jacob & Co.), 쇼파드(Chopard), 프랑크 뮬러(Franck Muller) 등 여러 브랜드의 시계를 돌아가며 착용했는데, 모두 다이아몬드와 각종 보석을 세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하나같이 그 시대만큼이나 대담하고 강렬하며, 눈에 띄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시계들이었습니다.
안목 높은 컬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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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말 빅토리아는 또 한 번 스타일 변화를 단행합니다. 금발 비대칭 보브 컷과 몸에 밀착되는 미니 드레스 대신, 오버사이즈 셔츠와 단정한 길이의 스커트를 입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변화는 옷차림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손목 위 시계도 바뀌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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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그녀의 손목을 빛낸 다이아몬드 및 보석 세팅 시계는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자리는 진정한 시계 애호가와 컬렉터가 선호하는 롤렉스 모델들이 차지했고요. 데이데이트(Day-date), 데이토나(Daytona), 그리고 빈티지 스텔라 다이얼(Stella Dial)까지 이 시기 그녀의 시계 컬렉션에 추가됐습니다. 특히 스텔라 다이얼은 선명한 래커 다이얼을 적용한 희귀 모델로, 컬렉터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그녀의 시계 취향 역시 세월의 흐름에 맞춰 한층 더 성숙해진 겁니다.
파텍 프린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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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들어 빅토리아는 파텍 필립에 빠진 듯했습니다. 다양한 노틸러스 모델과 아쿠아넛이 그녀의 컬렉션에 포함되었거든요. 단순히 럭셔리 제품을 소지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시계 애호가의 경지에 오른 모습이었죠.
지난해 남편 데이비드 베컴이 기사 작위를 수훈하는 자리에 참석하며 빅토리아는 파텍 필립 곤돌로 오트 주얼리 레퍼런스 7042/100R(Gondolo Haute Joaillerie Ref. 7042/100R)을 착용했습니다. 진주 중에서도 특등급으로 꼽히는 아코야(Akoya) 진주와 5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시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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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가 이 시계를 선택한 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오마주인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역시 현존하는 가장 희귀한 파텍 필립 시계 중 하나인 레퍼런스 4975/1G를 소장하고 있었거든요. 흰 다이얼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케이스 전체를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감싸고 있으며, 화려한 진주 장식이 늘어져 있는 아주 특별한 모델이죠. 마찬가지로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조화를 이루는 희귀한 파텍 필립 시계를 통해 엘리자베스 2세에게 경의를 표한 거예요.
블링블링하게, 빅토리아답게
빅토리아는 2024년, 브라이틀링(Breitling)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브라이틀링의 대표 모델인 크로노맷(Chronomat)에 빅토리아 베컴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덧입힌 거죠. 그녀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시계 컬렉션과 안목으로 미루어보면, 이 콜라보레이션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Breitling
크고 스포티한 시계를 즐겨 찼던 그녀인 만큼, 크로노맷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페퍼민트, 미드나이트 블루, 도브 그레이, 샌드 컬러를 다이얼에 적용했는데, 이는 모두 빅토리아 베컴의 2024 봄/여름 런웨이 컬렉션에서 그대로 가져온 색상입니다. 여기에 더해 마감 방식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크로노맷을 ‘빅토리아다운’ 시계로 완성했죠. 긴 시간 트렌드를 이끌어온 빅토리아가 10년 후에는 어떤 시계를 차고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