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 없이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습니다.
Chanel 2026 Métiers d’Art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패션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보면, 스파이더맨의 이 대사는 창작자들 얘기이기도 합니다. 매 시즌 디자이너들은 트렌드를 상상해내는 임무를 맡은 동시에 재해석하고 비틀고 때로는 탈신성화하는 작업까지 해내야 하니까요.
최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개봉과 함께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 커플을 앞세운 프로모션 팀은 전 세계 투어로 바쁜 일정을 보냈는데요. MJ 역을 맡은 젠데이아는 레드 카펫에서 스크린 속 캐릭터를 그대로 반영하는, 이른바 ‘메소드 드레싱‘으로 새로운 시대를 쓰고 있죠.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와 함께 젠데이아는 화제의 중심에 선 룩들을 무수히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듄> 프로모션 투어 당시 입었던 빈티지 뮈글러 로봇 수트, 몇 주 전 파리에서 <오디세이> 시사회 때 선보인 1997년 지방시 실루엣이 대표적인데요. 이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홍보에서는 좀 더 은근한 접근을 선택한 점이 독특합니다. 그렇다고 슈퍼히어로에 대한 오마주를 포기하진 않았죠. 이 전략 덕분에 거의 잊혔던 트렌드 하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바로 ‘머치(Merch, 굿즈)’ 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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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파리의 살인적인 더위에도 불구하고 젠데이아는 2000년대 마블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어요. 스파이더맨 실크스크린 프린트가 들어간 이 티셔츠는 로 로치가 이베이에서 단돈 34.99달러에 찾아낸 아이템인데, “항상 거금을 들여야만 스타일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던 그의 스타일 철학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직설적인 선택이었지만, 매력은 여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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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데이아만 빈티지 티셔츠를 다시 조명한 건 아닙니다.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마이클 B. 조던은 정작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는데도 1980년대 만화책 커버를 연상시키는 스파이더맨 티셔츠를 착용했죠. 올해 <씨너스:죄인들>에서 1인 2역을 완벽하게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전설적인 슈퍼히어로의 팬임을 당당하게 드러냈어요. 고립된 은둔형 스타일과 연결되는 ‘긱(Geek)’이라는 꼬리표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열정을 자랑스럽게 내세운 거죠.
패션 아이콘이 된 슈퍼히어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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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수십 년간 슈퍼히어로는 인간의 경험을 은유하는 존재였어요. 패션 디자이너들 역시 이 아이코닉한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마 슈퍼히어로의 책임감,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 의심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가 사랑하는 히어로처럼 디자이너들도 창작에 대한 요구와 자신의 비전에 대한 헌신에 이끌려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캐릭터들이 수십 년간 여러 디자이너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건 당연합니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제레미 스콧은 2011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유머러스하고 화려하며 반항적인 패션을 통해 슈퍼히어로 룩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어요. 팝 컬처에서 영감받길 좋아한 제레미는 슈퍼맨의 S 로고를 물음표로 바꾼 메탈릭 탱크 톱과 배트맨 로고가 새겨진 탱크 톱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피날레엔 블루 스팽글로 뒤덮인 롱 드레스가 등장했는데, 노란색과 빨간색 슈퍼맨 로고와 함께 망토처럼 하늘거리는 트레인까지 더했어요. 원더우먼 캐릭터도 작은 파란 별들을 새긴 화이트 드레스로 재해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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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컬처 최초의 페미니스트 슈퍼히로인인 원더우먼은 최근 마티유 블라지에게도 영감을 줬습니다. 뉴욕에서 선보인 샤넬 공방 쇼를 위해서였죠. 여러 모델들이 화이트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레드 부츠를 신었는데, 1975년 전설적인 시리즈에서 린다 카터가 착용한 부츠를 갖고 왔어요. 이 컬렉션을 위해 마티유는 뉴욕이 지닌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 도시의 사람들, 그리고 매일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는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었죠. 동시에 자신의 어린 시절 히어로들도 함께 소환했고요.
뉴욕에서 쇼를 선보인 건 미국 대중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할 완벽한 기회였어요. 하우스의 장인정신을 기념하면서 동시에 영화와 미국적 코드를 끌어온 컬렉션은 곳곳에 이런 오마주를 심어놨죠. 가장 주목받은 룩 중 하나는 일렉트릭 블루 스웨터에 슈퍼맨 배지를 새긴 룩이었는데, (제니가 입어서 더 유명해진!) ‘S’ 로고를 샤넬 감성으로 재해석했죠. 이 아이템은 조용히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쇼가 끝난 지 며칠 만에 에이셉 라키가 입고 나타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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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인기는 단순히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넘어서 이상을 소환하고 여전히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어쩌면 완벽하지 않을진 몰라도 타인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결의만큼은 확고하니까요. 원더우먼의 대사가 이 점을 가장 잘 드러내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