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크테릭스, 밴쿠버 집에서 시작한 37년
시조새 화석을 로고로 쓴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

1989년 밴쿠버. 등반가 데이브 레인이 '이것보다 잘 만들 수 있겠다'며 집에서 클라이밍 하네스와 초크백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회사 이름은 '록 솔리드'였어요. 1991년 지분이 제러미 가드 등에게 넘어가며 이름을 아크테릭스로 바꿉니다. 시조새 아르카이옵테릭스에서 딴 이름이고, 로고도 그 화석이에요. '진화의 첫 단계'라는 뜻이었습니다.

첫 히트작은 '베이퍼' 하네스였어요. 바느질 대신 열로 겹을 눌러 붙이는 열압착(서모라미네이션) 공법을 등반 장비에 처음 썼습니다. 바느질 구멍이 없으니 더 가볍고 강했어요. 1996년 고어텍스 라이선스를 받아 의류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알파 SV — 극지 등반용으로 만든, 거의 부술 수 없는 하드셸. 가격도 무서웠지만 산악계 기준이 됐어요. 지금도 라인의 최상위입니다.

2020년대 '고프코어'가 오면서 상황이 뒤집힙니다. 등산 장비를 도시에서 입는 흐름. 아크테릭스 베타 재킷이 서울·도쿄·뉴욕 거리에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브랜드는 그걸 밀어냈습니다. 매장을 백화점 명품 층에 넣고, 빔스·아토믹 같은 곳과 협업하고, 심지어 크래그 뮬 같은 슬리퍼까지 만들었어요. 산악 브랜드가 럭셔리 쪽으로 걸어간 드문 사례입니다.

2019년 2월, 중국 안타 스포츠가 텐센트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모회사 아메르 스포츠를 인수합니다. 살로몬·윌슨·아토믹까지 한 묶음이었어요. 2024년 2월 아메르 스포츠가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티커 AS), 그 실적 발표에서 아크테릭스가 성장을 끌고 있다는 게 매번 확인됩니다. 캐나다 등반 장비 회사가 중국 자본과 미국 증시 위에 올라선 거예요.

그리고 이번 주, 일본 빔스와의 FW26 'KOYO'. 코요는 일본어로 단풍이에요. 아크테릭스 시그니처 '블레이즈'와 '24K'에 빔스 코퍼레이트 오렌지를 섞어 크레이지 패턴으로 짰습니다. 세타 AR 재킷, 감마 재킷, 조겐 카고 팬츠, 5패널 캡, 크래그 코튼 셔츠, 콘실 15 백팩 6종. 두 브랜드 협업 25주년이자 빔스 창립 50주년이에요. 9월 25일 빔스 하라주쿠와 미국·영국·캐나다·중국 아크테릭스 매장.
집에서 하네스를 꿰매던 등반가의 회사가 37년째 산과 도시를 오갑니다.